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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고문] 조창익 대표(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 전남노동권익센터 2024-02-29 10:33:04 242

(계절)이주노동자 노동의 현실

십 수 년 전 해남 산이 월동 배추밭에서 중국인 이주노동자 여풍산(당시 38세)씨가 출입국관리소의 이른 바 불법단속 토끼몰이 인간사냥으로 현장에서 숨을 거둔 사건이 발생하였다. 

진상조사단이 해남경찰서에 도착했을 땐 유가족들의 동의 절차 없이 벌써 국과수 부검 단계에 넘어가버렸고 조사단은 사진 속 주검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의 살인행정은 진상규명도 그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잊혀져갔다. 최근 비닐하우스 화재사건으로, 열사병으로, 혹은 건설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산재사고로 몸을 다치고도 보상받지 못하고, 백혈병 같은 중병을 얻거나 성폭행에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암담한 현실과 절박한 호소 앞에서, 혹은 미등록 불법체류를 빌미로 자행되는 임금체불이나 착취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에 몸만 떨고 있다. 

또한 최근 건설현장에서 등장하고 있는 정주노동자들에 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격이라는 노노갈등의 현실은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는 신념에 기반한 공동행동으로 자본의 횡포 등에 맞서 직면한 과제를 단결하여 극복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난감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무권리, 차별과 배제, 착취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견뎌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계절이주노동자’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지역소멸과 노동력 절대 부족의 현실 속에서 농어촌 지자체의 각광받는 정책의 선두에 계절이주노동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현 단계 고용허가제라는 현대판 노예제도가 법적 제도적 현실적 한계와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터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계절’적 필요를 앞세운 추가노동력 도입이 가져올 예상되는 혼란 앞에서 멈칫거리는 동안, 한동훈 법무부에서 용기 있게(어쩌면 무모하게) 추진해버린(?) 판도라 상자 같은 ‘계절이주노동’ 정책으로 지금 현장에서는 불법과 착취가 춤추고 행정은 혼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노동현장 이탈 억제를 명분으로 여권과 ID카드(외국인등록신분증)을 한꺼번에 수거 관리하는 지자체의 행정적 무감각은 인신매매라는 이름의 ‘국제범죄’가 되어버렸고, 미스터 리, 미스터 김 같은 브로커들의 임금 착취, 각종 불법적 수법 앞에 우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해남에서 맺은 농업노동 계약이 강진 건설현장으로 변경되어버리고 이주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노동의 댓가는 임금착취로 대체되어버렸다. 또 지역에 있지도 않은 은행의 카드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급되고, 쓸 수 없는 카드는 지갑 속에서 잠자고 있다.  불법 탈법은 행정의 묵인과 비호 아래 진행될 수 있었다. 

이윤보다 인간을 앞세워야 한다는 윤리는 그저 애드벌룬처럼 허공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해남군이 뒤늦게 계절이주노동정책 포기 선언으로 수습하려하고 있지만 문제는 음습하게 내재되어 있다. 

결혼이민자 가족 등 다른 방식으로 도입될 ‘계절이주노동’이 또 다른 무권리와 반인권의 위험 앞에 항상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피해 이주노동자가 브로커를 고소한 사건을 계기로 전남 지역 이주노동행정의 변화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긴장감을 가지고  ‘(계절)이주노동’ 문제 해결에 나서야한다. 광범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하고, 작년에 제정된 전라남도 이주노동자 지원조례안도 혁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인구절벽의 시대,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없이 경제성장은 꿈도 꿀 수없게 된 오늘 날, 이주노동자들의 일상이, 시민으로서 인권과 복지가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그 흔한 ‘노동존중’사회라는 단어도 희미해진 오늘이다. 공존의 시대를 열어야한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이주노동자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다.

 ▶조창익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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